Pink Bow Tie
  • 향으로 추억 소환하기
  • 2021. 10. 27. 02:24
  • 배우 정유미의 인터뷰 중에 기억에 남았던 게 하나 있다. 바로 향수와 여행지에 관한 인터뷰다. 정유미는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하면 향수를 하나 사서 뿌린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곳에서 뿌린 향수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접한 이후 나도 해외여행을 갈 때면 면세점에서 꼭 향수 하나를 구매하기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에는 하지 못한 행동이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며칠 전 향으로 추억을 소환하게 된 재미있는 경험을 했기에 기록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때는 지난 월요일 뚝방길 홍차 가게를 방문했을 때다.

    사실 향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게 가게의 냄새가 아닌 화장실의 냄새였다. 홍차 가게인지라 향에 민감하신지 화장실 안에는 말린 티백과 조말론 아로마 디퓨저가 있었기에 나쁘지 않은 냄새가 났다는 건 앞서 언급하고 싶다. 아무튼 그 곳의 냄새가 내가 어릴 때 다니던 피아노 교습소의 냄새랑 똑같아서 신기했었다. 당시 나는 군인이신 아버지 때문에 동네의 군인 아파트에 살았는데, 피아노 수업은 선생님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그곳에는 내 또래 아이들이 모여 음악 이론을 공부하고, 피아노 세 대에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악기를 배웠다.

    피아노 교습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생님의 집이었기에 인테리어도 자유로웠다. 꼭 홍차 가게처럼 엔틱한 분위기로 꾸며져있었고, 나이가 많은 강아지 시츄가 한 마리 살았다. 이름은 먼지였다. 맨날 쇼파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이름값하는 친구였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비슷한 분위기와 비슷한 향으로부터 오랜만에 그 추억을 기억해 낼 수 있어서 기뻤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을 한 건 확실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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