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Bow Tie




길고 긴 계절의 편지를 쓰고 계단을 내려갔을 때였지, 코끼리 열차를 타고 온다는 라운지 밴드는 졸다가 가버렸고 담쟁이덩굴만 골목에 가득했어 난 여름의 마음을 담아 목각 인형을 풀어주었지 트로피컬 양산을 귀에 꽂고 잠자리 안경을 씌워주었어

떠돌이 악사를 찾아가, 산악 전차를 타고 다시 여행을 시작해

하늘나라 미술관에선 하트 모양의 펀치를 찍고 있었지 라일락의 마지막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어, 사람들은 어떻게 여름을 살아갈까 마음이 지워질 때까지 얼마나 더 꽃잎을 모아야 할까

아무것도 미운 건 없었어 써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지워야 할 이야기가 많아서 나는 또 대문을 닫겠지만 눈길이 닿는 곳마다 만난 적 없는 눈망울과 이 여름의 공기와, 에테르의, 부서져 흩어지는 에테르의 바다




여름의 에테르, /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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